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그게 난데

특히 빛과 소음, 몸에 닿는 감각에 무척 약하다

또 그것이 나쁜것만은 아닌게

감각이 발달해서 말로하지 않아도

여러가지 정보를 빠르게 캐치할수도 있고

남들보다 좀 더 좋은것을 고르거나 볼수 있음

'지수는 안목이 좋다, 낯이 얇다(느끼고 있는게 바로 얼굴에 표가 난다고)'

교수님께서 생전에 종종 하시던말씀

구남친은 너는 '리얼프린세스-'라고 했었다

동화속에서

진짜 공주를 판별할때

침대 밑에 강낭콩 한알을 넣어두면

공주님은 불편해서 잠을 못잤다고

그걸로 알아볼수 있다고

그래서 난 나의 그런 점들이 사는덴 여러가지 제약이 있긴해도

뭐 싫지만은 않았는데

J와는 가장 큰 문제가 여기서 시작했다

나는 생활소음도 위협적으로 느끼는 수준인데

보통사람은 그냥 사는 일상이

나한텐 눈멀게 밝고

귀가 찢어지도록 크게 들리고 뭐 그런거라고 대충 상상하면 될듯

J에게 수없이 썼던 메일(별로 소용없음. 남자에게 이런짓하지마시오.)에도

아마 서두가 그렇게 시작할 것이다

음악소리는 너무 크고, 말들은 너무 거칠다고

J가그냥 습관적으로 틀어놓는 유튜브와 음악에도

난 정말 미칠지경이었다

말 그대로 눈물이 줄줄남

아무리 애원하고 설명하고 부탁해도 고쳐지지 않고

그는 이게 뭔가 문제인지 알수가 없으니

내가 미쳤다고만 생각했을것이다

아 어떻게 그럴수있죠 옆에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울고있으면

들어쳐먹고 고쳐야할거 아닙니까?????

라고 생각할수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 그리고 그것이 고통의 시작이었음

지금 이런 유사한 문제를 겪는 커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문제가 없는 파트너를 고른다

착하고 말 통하는 좋은 상대를 고른다

그것이 제일 좋은 해법이겠죠

그런데 이미 고른 다음엔,

그 다음엔 어쩔것입니까...?

그리고 100이면 100가지가

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인간은 세상에 있을수 없다

내가 지금 ‘소음’을 예로 들었지만

현실에선 더 다양한 문제들이 있을수 있겠죠

식성이나 말투나 습관 가족 친구 돈 등등

그 외에도

같이 사는 가족이나

친구나 회사에서 매일봐야 하는 사람

꼴보기 싫어서 미쳐버릴거 같은데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

어떡할겁니까

물론 그냥 안보면 좋겠죠.

안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난 지금도 잘 못하지만

'이걸 배우게 하려고 한다'

고 생각하고 있어요

J가 아니었으면

난 무소음의 정적속에서, 내가 정한 아름다움 속에서 살았겠죠

지금 이것들은

'나에게 시끄러운것이 무엇인지 겪어보게 하려고 하는거다,'

그 순간에 눈물 줄줄나고 짜증나고 힘들어도

그렇게 여기려고해요

너무 격한 감정이나 혼란,

강한 미움이나 강렬한 감정이 들면

아 이 감정들이 무엇인지 알게 하려고

그리고 이것들이 지나간다는것을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하려고

나한테 가르쳐주려고 한다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까이 곁에서

나를 괴롭게하는 사람(J)은 좋은 사람인거에요

이건 좋아. 이건 절대 싫어. 음악은 이것만, 옷은 이렇게, 먹는건 이것만.

전 이런게 남들보다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런걸 놓아보는게 어떤건지 배울수 있었어요.

내가 절대로 안하겠다고 했던것들.

하기 싫은것, 절대 싫은것을 해봐야한다고.

낯설고 안하려고 했던걸 일부러 해보려고합니다.

그리고 막상 해보면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알게됩니다.

그가 밉고 분명 그가 잘못했어도

내가 먼저 한번 사과해보세요.

절대 쟤랑은 상종안할거야, 했던 사람한테 해보세요.

실제로 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마음속에서 홀로 용서해보세요.

진심으로 해보세요.

약간의 결벽이 있다면 일부러 어지럽혀보세요.

안먹는 음식이 있다면 먹어보세요.

늘 아끼는 편이라면 사치해보세요.

반대로 사치하는 편이라면 참고 저축해보세요.

쉬지않고 해온 연애나 섹스를 끊어보세요.

너무 싫고 이해할수 없는 스타일들 따라해보세요.

그 모든 저항을 놔버리고 해보세요.

한번쯤 실험으로 해보는건데 뭐 어떤가요? 왜 못하나요?

꼭 해보세요.

직접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모든게 내 상상이고 고집이라는걸.

취향과 신념, 가치관이 나를 정의한다고 믿는게 내 망상일 뿐이라는 걸.

하루에 한가지라도 그런걸 해보세요.

하루가 힘들면 일주일에 하나라도요.

잘 안되면 다음에 다시 해보면 됩니다.

오늘 하루 잘 안 된다면 내일 하면돼요.

매일매일 기회가 있습니다.

꼭 명상이나 종교까지 가지 않아도 돼요.

“안하던걸 해보겠다. 싫은걸 해보겠다.”라는 아주 쉬운 마인드컨트롤이에요.

이후 J는 하루종일 조성진을 듣고, 현대미술 팬이 되었네요.

모든일에는 그렇게 이루어질 될 때가 있고

순리대로 되기 마련이다

쓰고보니 아님.

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내가 내 마음을 잘 다스릴수 있었다면

더 자연스럽고 쉽고 빠르게 왔을수도 있겠지

역시 내 어리석음의 문제다.